부자는 왜 가까운 사람에게 돈을 안 빌려줄까?

당신에겐 친구가 셋 있다. 하나는 부자 친구, 다른 한 명은 가난한 친구, 마지막 친구는 중산층 친구이다. 만약 당신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돈을 빌리려고 할 때 누구에게 가야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 중산층 친구이다. 가난한 친구는 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없어서 못 빌려줄 것이고, 부자 친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친구인 자신을 믿지 못해서 빌려주지 못하는 것인가 하고 서운한 마음도 들겠지만 그런 일로 슬퍼할 필요는 없다. 아마도 부자 친구는 친동생이 빌려달라고 해도 잘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부자는 왜 가까운 사람에게 돈을 잘 빌려주지 않는 걸까? 가까운 관계에는 가족과 친지, 선후배, 회사 동료 관계도 있을 수 있으나 오늘은 친구 관계에 한정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실제 부자에게 빌려줄 돈이 없을 수 있다.

서민들은 부자들은 언제나 당장에 쓸 돈이 항상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많은 경우에 부자들의 돈은 이미 주식과 부동산, 펀드 등에 묶여 있어 급전으로 당겨 올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부자들은 한시도 돈이 잠자고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신의 돈이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이자를 낳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금고나 저금통, 혹은 땅에 묻어 놓은 돈은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 따라서 부자들의 돈은 부동산이나 주식, 펀드, 기타 금융상품에 들어가 지금도 어디서가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다. 

더구나 높은 수익을 안겨 주는 금융상품들은 중도 인출시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따라서 부자는 당장의 친구의 급한 돈을 빌려주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또 한 가지 이유로, 부자들은 돈을 모으기 위해 돈을 중간에 쉽게 찾지 못하도록 미리 여러 조치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 모두 알 것이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돈이 나갈 일이 생긴다는 것을. 그리고 돈은 눈에 보이면 당장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사실을. 

따라서 부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지름신의 발동을 방지하는 견제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강제저축이나 자동저축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중도 인출도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통장 명의도 아내 이름으로 해놓아 자신이 중도에 해지하려면 마님의 결제를 받도록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알 것이다. 대부분의 마님들은 남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안에 결사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부자들은 계획성 있게 투자를 한다. 가깝게는 5년에서 이미 10년 이후까지 투자 계획이 촘촘히 세워져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중간에 목돈을 인출하여 사용하면 전체적인 부자의 투자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누구보다 목적지향적이고 계획성 있는 부자들은 그러한 급박한 변화를 매우 당혹스럽게 생각한다.






2. 부자의 돈에 대한 본능적 수비본능 때문일 수도 있다.

부자들은 돈을 더 벌려는 공격본능이 더 강할까? 아니면 돈을 지키려는 수비본능이 더 강할까? 

수비본능이다. 부자들은 돈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수비본능이 더 강하다. 이에 앞서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얻은 것에 대한 기쁨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이 더 강하다. 이 부분은 행동심리학자들이 많이 연구한 분야이다. 길에서 주운 만원짜리 때문에 느낀 기쁨이 +100점이라면 만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손실 고통은 –100점이 아니라 –200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재산이 생기면 보수적으로 변하게 되어있다. 없을 때는 공격적이었지만 지킬 것이 생기면 보수화되는 것이다. 총각 때 공격적이었던 남자들이 결혼하여 미인 아내를 얻으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명리학에서는 돈과 아내를 둘 다 재성으로 본다. 동양적 지혜의 전통으로 보아도 돈이 생기면 보수적으로 성향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자와 서민들은 소유하고 있는 돈의 구조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예를 들면 서민들은 부자의 돈을 목장의 양떼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달라고 하면 한 마리 잡아서 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자의 재산 구조에 거의 영향이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자신의 돈을 공들여 쌓은 탑처럼 생각한다. 돌멩이 하나하나가 절묘하게 서로를 받쳐 주고 있는 구조이다. 돌멩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중 하나만 잘못되어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부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재산을 위태위태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친구가 그 돌멩이 중에 하나라도 달라고 하면 생각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돌멩이를 빼서 주어야 전체 재산 구조에 변동이 생기지 않을지 심사숙고하게 된다. 
   
따라서 부자 친구는 부자가 아닌 친구들에 비해 돈을 빌려주는 데 더 큰 본능적 저항감을 느낄 수 있다. 






3. 돈 빌려주고 친구까지 잃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이다

사실 부자가 돈을 빌려주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어서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경우 말이다.

아마 친구의 돈 빌려달라는 다급한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한 부자가 있다면, 그 부자는 이미 이전에 또 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친구도 잃고 돈도 잃은 선행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여러 번 그런 경우를 당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부자들이라고 해도 친구는 매우 귀하게 생각한다. 친구의 어려운 사정과 꼭 갚겠다는 친구의 약속을 믿고 아내 몰래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을 갚지도 않고, 친구들 모임에 나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고 피하기만 하는 친구를 보게 되면 친구에 대한 배신감은 물론 인간에 대한 회의감까지 느끼게 된다.

부자들이 돈을 벌수록 냉정해지고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사람의 언행보다는 차용증이나 법적 문서를 신뢰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대한 경험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돈을 빌려 주는 경우 친구가 멀어지는 상황이 발생 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사람 사이에 빚이 결부가 되면 그 관계가 변질된다는 것이다. 스에오카 요시노리의  『부의 열차에 올라타는 법』에 보면, 인간관계는 돈을 빌려주는 순간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른다고 한다. 원래 돈에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과 고마움,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담겨 있는데, 빚으로 주어지는 돈에는 괴로움과 불안, 수치스러움과 미안함 같은 부정적 감정이 깃드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빌려준 친구는 빌린 친구가 자신에게 고마움과 감사하는 마음만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돈을 빌린 친구는 빌려준 친구를 생각할 때 마다 괴로움과 불안, 수치스러움과 갈등을 느끼는 한편 속히 갚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무력감마저 들어 친구를 멀리하게 되고 전화도 피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는 친구에게 돈을 빌린 사람은 애초에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자.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것은 자랑스런 일인가 창피한 일인가? 보통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싶은가 빌리고 싶지 않은가?

아마 왠만해서는 친구에게 손을 벌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꺼냈을 때는 이미 제도권 은행과 비제도권 금융기관에까지 가서도 돈을 빌리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타 금융기관에서도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은 그 친구의 신용상태가 썩좋지 못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돈을 갚지 못할 상태였기 때문에 친구를 찾아와서 돈을 빌린 것이고, 돈을 빌린 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돈을 빌릴 때는 곧 갚겠다고 장담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여 약속한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니 미안해서 친구를 볼 수 없고 그러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놈이라는 낙인이 찍혀 고립이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4. 돈을 빌려 주는 것이 친구에게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오히려 당사자인 친구에게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을 내는 대표적인 인물은 사쿠라가와 신이치인데, 그는 자신의 책 『돈을 좋아하는 사람, 돈이 좋아하는 사람』에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친구가 잘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돈을 빌려주지만 절대로 돌려받지 못하며, 오히려 빌려준 만큼 빚이 더 늘어나 친구가 더 곤경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좀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것은 사쿠라가와 신이치의 개인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산경험이다. 

사쿠라가와 신이치는 젊었을 때 친구가 “돈이 없어 곤란하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비슷한 처지였음에도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몇 차례고 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반드시 갚겠다.’는 친구의 말만 믿고 현금서비스를 받아 빌려준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는 결국 파산하고 만다. 그 친구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다. 대부분 개인파산을 한 친구나 야반도주한 주변 지인들 모두 선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돈을 갚을 능력은 없었다. 그러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자신이 문제가 있었다고 그는 후회하고 있다.

사쿠라가와 신이치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자선사업가가 빈민을 구제하거나 장애우를 돕는 선행과 비슷한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극히 어려운 경우 한두 번은 모를까 자꾸 돈을 빌려주면 그 친구는 또 다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줄 다른 친구를 찾게 되어 친구를 빚의 늪에 빠뜨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부자들이 가까운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지 않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친구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돈을 빌리러 왔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일단 정말 친구가 돈이 필요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친구의 가족이 급히 수술비가 필요하다든지 친구 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든지 하는 위급한 경우는 어찌됐건 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런 상황이 아닌 경우에 친구가 돈을 빌리러 왔을 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친구가 돈을 빌리러 왔을 때 부자의 3가지 방법?

첫째, 소극적 거절 유형으로 그 자리에서 지갑에 있는 돈을 털어서 주는 형태이다. 스에오카 요시노리의  『부의 열차에 올라타는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법인데 그 자리에 한정하여 전 재산인 지갑 속의 돈을 전부 주고 오라는 것이다. 여기서 액수는 ‘나이×1만 원’으로 만약 50세라면 50만원을 주라고 했다. 이 액수는 갚지 않아도 빌려주는 사람이나 빌린 사람이나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액수를 말한다.   


둘째, 조건적 수용 유형으로 빌리러 온 친구의 확실한 재기 의사를 확인하여 돈을 빌려주거나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쿠라가와 신이치가 자신의 책 『돈을 좋아하는 사람, 돈이 좋아하는 사람』에서 밝힌 방법으로 돈을 빌리러 온 친구는 이미 다른 곳에서 갚지 못할 많은 빚더미를 짊어지고 있는 상태임으로 빚을 정리할 수 있도록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고, 친구에게서 다시는 빚을 지지 않고 재기하려는 확실한 태도를 보았을 때 돈을 빌려주거나 친구의 재기의 발판이 될 직업을 구해 주는 방법이다.  

셋째, 선의적 수용 유형은 친구가 빌려달라는 돈을 선의로 도와주는 경우다. 이것은 아라이 노오유키의 『부자의 집사』에 나오는 방식으로 이 때 상환 기한은 못 박지 않고 언젠가 돈이 생기면 갚으라고 무기한으로 돈을 빌려주는 형태이다. 사실 이 방법은 돈을 못 받을 것을 작정하고 빌려주는 방식이다.

이것은 돈을 잃더라도 친구는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빌려주면 친구는 돈을 빨리 갚지 못해도 빌려 준 친구를 만났을 때 죄책감과 수치감을 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친구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어찌됐건 친구 관계를 지킬 수 있다. 사실 남자들의 친구 관계는 1대1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5인조, 4인조 관계 중의 한 명인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그룹을 지어 다니던 친구관계가 중장년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명의 친구가 빚 문제로 떨어져 나가면 나머지 3명이나 4명의 친구들의 관계도 소원해 지기 쉽다. 따라서 돈을 빌린 친구 한 명 때문이 아니라 함께 했던 친구들의 모임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러한 선의적 수용 유형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자가 아니라면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부자냐 서민이냐 중산층이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빌려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본다. 친구니까 돈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친구가 아니면 누가 도와줄 수 있는가 하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소중한 친구에게 부담스럽게 돈 얘기를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다 이렇게 어려울 때 돕는 관계가 진짜 친구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계는 없으나 부자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면, 부자들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중국이나 한국 쪽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보이는 반면 일본쪽 경제서적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이나 한국은 의리파이고 일본은 실리 위주라 그렇다고 단순 결론을 내리기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오랜 고령화와 디플레 현상으로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국가이기 때문에 빚이 파괴한 여러 부정적 인간관계들을 선행학습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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