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공짜를 반기지 않는 이유?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요즘 세상은 참 살맛나는 세상인 듯하다. 인터넷만 할 수 있으면 무료로 볼 수 있는 동영상과 웹툰, 그리고 옛날에는 돈 주고 구독해서야 볼 수 있었던 신문과 잡지를 포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가보면 세상살이를 편리하게 해주는 공짜 앱을 마구잡이로 받을 수 있다. 

그뿐인가 대형 할인점이나 편의점에 가면 늘 1+1, 혹은 2+1 할인 행사를 한다. 자가용 운전족에게는 주유소에 갈 때마다 공짜 휴지를 챙겨주고, 뚜벅이들에게도 전철 앞에서 공짜 물티슈를 나눠 주는 모델하우스 홍보 안내원들이 있다. 집 앞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선착순 5명 한정으로 무료 회원에 가입시켜 주는 행사도 한창이다. 


온라인에도 공짜는 넘친다. 무료배송 상품들이 즐비하고, 몇 만원 단위로 부여되는 할인권들이 쇼핑의 즐거움을 넘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공짜가 많아서 세상이 좋아진 것 같은데,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고 무엇보다 돈을 좋아하는 부자들은 당연히 공짜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아, 그러나 여러분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부자들은 일반 서민들과 공짜에 대한 생각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부자들은 공짜를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짜가 가장 비싼 것이라 생각하고, 공짜에 담긴 위험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공짜는 무엇이길래 이처럼 부자들이 공짜를 문제 삼는 것일까? 오늘은 부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왜 공짜를 반기지 않고 공짜를 경계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공짜는 가장 비싼 상품이다!

제이원의 『부자의 자세』에 보면 부자들은 공짜를 일종의 빚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반드시 받은 것에 비해 훨씬 큰 대가로 갚아야 할 비싼 빚 말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공짜를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하나의 사례를 들려준다.

어느 날 한 사업가가 한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밥을 먹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서로 이렇다할 관계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가 없었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초보 사업가는 그저 단순한 호의로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그 거래처 사장에게 밥과 술을 얻어먹고 그 사실을 잊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 그 사업가는 거래처 사장으로부터 납품하는 원재료 개당 가격을 천원 인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그 바닥에서 그 정도의 가격 상승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얻어먹은 것이 있다보니 사업가는 그 제안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한동안 마음의 갈등을 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를 생각할 때 그 가격에 원재료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라 사업가는 마음의 부담을 이겨내고 거래처를 바꾸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 사업가는 얼마 뒤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아주 사람 같지 않은 저질 인간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접대는 다 받아놓고 사람의 성의를 무시한 냉혈하고 무례한 사람으로 말이다.

자신에게 술과 밥을 대접한 거래처 사장이 만나는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그날 자신이 접대로 지불한 영수증을 보여주며 뒤에서 그 초보 사업가를 음해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실제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 

장사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밥과 술을 다른 사람에게 사는 경우는 없다. 사업상 바라는 것이 있고 배후에 감춰진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나에게 접대나 선물을 주고 얻어가길 바라는 것은 그 접대비나 선물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대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위 사례에서 거래처 사장이 밥과 술 한번 대접하고 납품할 원재료 인상을 요구하듯이 말이다. 

애시당초 밥이나 술을 얻어먹지 않았다면 가격 인상 때문에 거래처를 바꿀 때 마음속에 부담도 없었을 것이고, 다른 업체로 바꿨다고 해서 누구도 비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지 밥과 술 한번 얻어먹은 것으로 그 사업가는 졸지에 그 분야에서 신세 진 것을 무시하고, 신의를 지키지 않은 상도에 어긋난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따라서 부자들은 말한다. 누군가 당신과 특별한 관계도 아님에도 당신에게 공짜로 무엇인가를 제공한다면, 절대 그것을 받지 말라. 당신이 그를 도와주어 그가 사례한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그 제의를 거절하거나 그 다음 주 내로 받은 가치만큼 다른 선물로 되돌려 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그 공짜 선물은 미끼가 되어 당신의 비즈니스와 당신의 성공 커리어에 심각한 걸림돌로 되돌아 올 것이다. 

대부분 사기꾼들이 돈을 빌리기 전에 큰 비용으로 접대비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무언가 이유 없이 자신에게 공짜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의심부터 하고 볼 일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이 말은 경제학적으로 매우 유명한 명제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뉴올리언스 선술집의 점심 메뉴를 가지고 만든 경제학 이론으로 이 말에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공짜인 것 같지만 결국 알게 모르게 누군가(자신을 포함해서)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짜 점심(free lunch)’이란 미국 서부 개척시대 때 술집에서 일정 이상의 술을 마시는 단골 고객에게 공짜 점심의 혜택을 주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짜가 공짜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공짜로 먹은 점심 값이 이미 술값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조금도 감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단골들의 공짜 점심 때문에 일반 술집 이용 고객들은 평소에도 비싼 술값을 물어야 했다.

부자들은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을 포함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우리 일반 소비자들은 기업과 마케터의 상술에 순진하게 반응하게 된다. 마치 공짜의 낙원에 방문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공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진정 공짜가 아니였단 말인가?  그 사례들을 알아보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할인마트의 1+1 행사는 우리가 얼핏 생각하듯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만 베푸는 혜택이 아니다. 신제품 홍보와 상품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나 팔리지 않는 재고 부담과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서 혹은 비인기 품목을 인기 품목에 끼워 팔기 위한 목적 등 다양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몇 만원 단위로 제공되는 할인쿠폰이나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해야 제공되는 포인트 등은 불필요한 제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소비자들은 그 가격대에 맞추기 위해 평소에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구입하고 후회를 하게 될 경우가 많다.

백화점이나 재래 시장에서 선착순 한정으로 주어지는 공짜 상품들은 거저 주는 경우가 없고 행사장에 들어가기까지 긴 대기시간과 힘들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경우가 태반이다. 공짜 상품을 얻는 대신 시간과 열정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다.

위에 열거한 1+1 행사나 할인쿠폰 행사, 선착순 한정 행사 등 모든 행사들은 기업 마케팅 부서들의 판촉 활동들의 일환이다.

그런데 한 기업에서 책정하는 상품의 가격 결정 요소에서 광고판촉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그 가격 중 상당한 비중이 광고 판촉행사에 들어간 광고 집행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짜들 덕분에 상품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미국 서부 시대의 공짜 점심 때문에 기본적인 술값이 더 비싸지는 예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공짜는 경제적 비효율을 만든다

또한 문제는 공짜가 일종의 노동과 분배의 불일치를 가져와 자본주의 시장의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거래에 있어 비용은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한 당사자가 지불하는 것이 시장질서에 맞다. 그런데 공짜 서비스는 이용한 당사자와 혜택을 본 사람들이 불일치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일부에게 몰아주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래처럼 똑같은 한 상품을 두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판매한다고 해보자

가게A : 고객 100명마다 1명 무료
가게B : 전 상품 5퍼센트 할인

가게A의 ‘100명당 1명 무료’라고 하면 가게 총 매출의 단 1%만 할인해 주는 정책이다. 한 명은 100% 공짜라 기분이 좋겠지만 나머지 99명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 그러나 가게B의 ‘전 상품 5퍼센트 할인’ 정책은 가게 총 매출의 5%를 할인해 주는 정책으로 모든 이용자들이 균등한 혜택을 볼 수 있다.

공짜 마케팅은 가게A와 같은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가 공짜로 이용하는 댓가로 다수는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제도이다.  

보통 공짜 마케팅은 그것에 해당되는 몇몇의 소수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평소에 그 제품을 이용한 사람들에게는 그 만큼의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불공평한 제도이다.

 

공짜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부자들은 사람이 공짜를 좋아하면 자립심과 능동성이 파괴된다고 생각한다. 부자들이 공짜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복지국가와 공산주의는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같아 보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 공통점은 공짜가 많다는 점이다. 그 대신 개인의 자립자조 정신과 창의성을 잘 살린 국가는 복지국가로 성공한 것이고, 국민들이 공짜만 밝히고 제도적 혜택만 누리려 하면 생산성 저하로 결국 망해버린 동구권 공산국가나 남미의 국가처럼 되어버린다.


성공한 복지국가와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는 결국 국민들의 의식이 공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만큼의 노동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공짜로 국가에서 주어지는 복지혜택만 누리려 들면 그 국가는 결국 쇠망한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일한 만큼 대가의 차별이 있는 국가의 구성원들은 더 열심히 일해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겠다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지만, 열심히 일하나 대충하나 받을 댓가가 국가적으로 정해진 사회에서는 누가 더 일을 안 하고 같은 대가를 받아갈 것인가 경쟁하는 사회시스템이 만들어 진다.

그리고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비용 역시 국민 세금인데, 국민들이 일하는 것보다 복지혜택만 좋아하게 되면 그 비용을 자국에서 충당할 수 없어 결국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게 된다. 그런데 그 빚을 갚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 자기 후손이 됨으로 자기의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전가시키게 된다. 결국 그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의 부자들의 시각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 일단 4차산업 시대의 도래를 맞아 기본소득과 보편복지, 공유경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복지사회는 우리가 부러워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형 복지국가도 있지만 쇠락한 복지국가 형태로서 스웨덴병이라는 신종 국가질병을 앓고 있는 스웨덴의 예와 포퓰리즘적인 복지국가 시도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주기적인 모라토리엄 상황에 빠지는 아르헨티나형 모델 등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사회 모델들이 있다.

따라서 부자들이 걱정하는 이 부분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지금 우리 사회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KBS 동경특파원으로 『일본은 없다』를 써 큰 화제를 모았던 인기 저널리스트이자, 당시 보수 여당의 대변인으로 활약한 바 있던 전여옥씨가 자신의 책 『흙수저 연금술』에서 아들에게 주는 알짜 재테크 팁을 들어보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며, 공짜로 무언가를 받다 보면 나중에 가장 비싼 계산서를 집어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일이나 사업 관계로 인해 절대 ‘공짜로’ 무엇인가를 받지 말 것을 권유한다. 모든 뇌물은 ‘호의’라는 것, 그것도 매우 아름답고 순수한 호의라는 포장지를 이용해 시작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몸 담았던 정치계와 언론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 말을 남기는데 전여옥씨의 말엔 뼈를 때리는 의미심장함이 담겨 있다.

“사는 데 정답 없고, 사람 사이에 비밀 없고, 그리고 사람 관계에 공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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